2009. 4. 23. 08:39
요즘 언론을 가장 뜨겁게 장식하고 있는 여배우는 누구일까요? 내조의 여왕으로 화려하게 컴백한 김남주? 오랜 CF 생활을 정리하고 드라마 출연을 결정한 김아중? 아니면 소녀시대 활동을 성공리에 마무리하고 권상우의 파트너로 연기 재개를 선언한 윤아? 모두가 쟁쟁한 별들이지만 지금 우리의 시선을 끌어당기고 있는 여인은 바로 심은하 입니다. 은퇴 선언과 결혼 이후 무려 6년 동안이나 잠적했으면서도 고작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는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만으로 모든 하이라이트를 독점하고 있으니까요. 그 긴 침묵의 시간 동안 우리에게 전해졌던 것은 잊을만하면 전해 듣는 그녀의 소식과 파파라치들의 극성맞은 추적의 결과물인 몇 장의 사진뿐이었지만 그때마다 그녀는 늘 화제의 중심이었습니다. 그만큼 그녀는 열망과 그리움의 대상이었고, 아쉬움과 알 수 없는 기대를 부르는 이름이었어요.
‘마지막 승부’와 함께 해성같이 하이틴 스타로 나타난 그녀는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쁨을 보여준 진행형의 배우였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쇼의 진행자 자리에서 해맑은 표정으로 비속어를 날리던 철부지 그녀는 매 작품마다 부쩍 자라난 모습을 우리에게 각인시켰었죠. 지금 생각하면 어설퍼서 웃음만 나오는 공포물 ‘M’에서의 어색한 표독스러운 표정을 짓는 그녀와, ‘부셔버릴 거야’를 나지막이 말하는 ‘청춘의 덫’의 그녀는 분명 다른 사람이었으니까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좁은 문틈으로 쪽지를 억지로 낑겨 넣던 주차단속원의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이제부터 자신이 스타가 아닌 배우임을 선언했던 그녀는,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저에겐 인디언 포즈로 호호거리던 수더분한 그녀, 춘희로 남아 있습니다. 춘희. 그 이름만큼 심은하의 존재감을 상기시켜 주는 이름은 아마 없을 거에요. 덜렁거리고, 순진하고, 묘한 그늘을 마음에 품고 있으면서도 한없이 사랑스러웠던 그녀. 그렇게 배우로서의 각성을 마치고 이제부터 진한 향기와 과실을 안겨주리라 기대했던 그 무렵, 그녀는 갑자기 사라져버렸습니다. 도저히 채워지지 않을 것 같은 큰 공백을 팬들에게 남기고 말이에요.
개인의 행복과 마음의 안정만큼 큰 가치가 세상에 어디 있겠냐 만은, 이기적이고 삐뚤어진 팬의 눈에 그녀의 행복한 가정은 너무나도 불만족스럽고, 원망스럽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선보인 그녀의 멋들어진 그림 속 풍경들도 제겐 그리 아름다워 보이지 않구요. 그녀가 자리를 비웠던 그 시간 동안, 그녀는 그 그림보다도 훨씬 더 강렬하고 아름다운 장면들과 추억들을 우리에게 선물해 줄 수 있었을 테니까요. 하얀 스크린 위에 그 누구와도 다른 색체로,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완숙해지는 아름다움으로, 그녀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뛰어난 배우를 우리는 너무 일찍 잃어 버렸어요. 서태지도 돌아온 지 오래고, 김희애도, 고현정도 채시라도 다들 저마다의 이유를 접고 하나 둘씩 우리 눈앞에 나타나는데, 도무지 그녀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런 그녀의 완고함과 외면이 우리의 애절함을 더 심하게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아직 완성된 것 같지 않은, 만개한 배우로서의 그녀를 보고 싶다는 욕심과 함께 말이죠.
이렇게 써봤자 다 공허한 이야기일 뿐임을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그녀의 재능과 아름다움이 아쉽다해도, 자신의 행복을 찾아 떠난 사람을 비난하는 옹졸함을 보여서는 안되겠죠. 진정한 팬이라면 자신의 욕심만큼이나 그녀의 삶을 존중하고 아껴줘야 한다는 정론도 모르는바 아니에요. 하지만, 오랜만에 나타난, 하나도 변하지 않은 얼굴로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어쩔 수 없이 오랫동안 참아왔던 말을 외칠 수 밖에 없네요. 그녀의 소식을 전해 들을때마다, 도무지 성장할 기미가 보이지않는 지루한 연기자들을 볼 때마다, 과천의 한적한 미술관 앞을 지나치며 지나간 노래를 흥얼 거릴때마다 몇 번이고 되뇌었던 마음 깊숙한 곳의 속내를 말이죠.
‘한 번만이라도 더, 설혹 덧없이 사라질 꿈이라 해도. 심은하여 다시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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