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매력이 가득한 바르셀로나.... ★★★☆


우디 알렌하면 무엇보다 뉴욕이 먼저 떠오른다. 전형적인 뉴요커인 우디 알렌이 유럽으로 넘어가 런던을 배경으로 <매치 포인트>와 <스쿠프>, <카산드라의 꿈>을 만들고는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만든 영화가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이다.(<카산드라의 꿈>은 이완 맥그리거, 콜린 파렐, 톰 월킨슨, 샐리 호킨스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는데, 왜 아직 공개되지 않는 것인지..) 처음 <매치 포인트>를 만들 때만 해도 런던 3부작을 만들고 뉴욕으로 복귀할 것처럼 말하더니 아무래도 유럽의 매력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듯 싶다. 어떤 인터뷰에 보니 우디 알렌은 제작비를 대는 도시가 있으면 그 도시를 배경으로 영화를 찍겠다고 공언했으며,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도 그러한 차원의 영화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디 알렌 영화가 거대한 제작비가 들어가는 영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여러 지자체에서도 한 번쯤 노려볼만한 기획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스페인 바르셀로나 공항에 두 명의 미국 여성이 도착한다. 단짝 친구인 비키(레베카 홀)와 크리스티나(스칼렛 요한슨)는 여러모로 비슷하지만, 이성에 대한 관점에서 만큼은 정반대의 취향을 가지고 있다. 비키는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원하고, 그에 따라 심심하지만 사회적으로 성공한 더그(크리스 메시나)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다. 반면 크리스티나는 약간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로맨티스트이다. 비키의 친척인 주디(페트리샤 클락슨)의 집에서 머물게 된 둘은 매력적인 화가 후안(하비에르 바르뎀)과 우연히 만나면서 묘한 감정의 격랑에 휘말리게 된다. 비키는 새로운 사랑으로 인해 안정적인 기반이 무너질까 불안해하고, 크리스티나는 이번에야 말로 자신이 원하던 사랑을 찾은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후안은 비키와의 관계를 숨긴 채 크리스티나와 동거에 들어가는데, 여기에 격정적이지만 불안한 정서를 가진 후안의 전처 마리아 엘레나(페넬로페 크루즈)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예기치 않게 흘러간다.


우선 이 영화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은,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Vicky Cristina Barcelona>라는 멋드러진 원제를 바꾼 한국어 제목인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는 도저히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영화 제목이 단순히 3류 에로 영화를 떠올리기 때문만은 아니다. 영화에는 분명히 ‘내가 사랑하는 남자의 아내(정확히 말하면 전 아내지만)까지 좋아하게 되는’ 상황이 들어가 있지만, 그건 이 영화가 그리는 여러 가지 사랑의 모습 중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제목은 자칫 그 상황이 전부인냥 영화를 호도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와 특별히 문제가 없으면 조금 어려운 영어 제목마저 그대로 사용하는 추세인 점에 비춰, 품격 낮고 질 낮은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는 대체 어떤 머리에서 나온 것인지 의아할 따름이다.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을 노린 것인가?


이런 품격 낮은 제목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우디 알렌의 기존 영화와 비교해서도 결코 후회스럽지 않은 선택이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매우 유쾌하며 밝고 경쾌하다.(이런 느낌이 바르셀로나의 것인가?) 자잘한 웃음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발랄한 가운데, 화면은 바르셀로나의 멋진 풍경을 담아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이런 차원에서보자면 바르셀로나의 관광 홍보 영화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며, 아마 바르셀로나시는 영화 제작비를 부담한 것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톡톡한 홍보 효과를 올렸을 것이다. 배우들의 연기도 영화적 완성도를 높여주는데 크게 기여한다. 레베카 홀이라든가 최근 우디 알렌의 페르소나로 불리고 있는 스칼렛 요한슨도 좋지만, 아무래도 스페인을 배경으로 해서 그런지 하비에르 바르뎀(<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그 살인마는 어디로 간거니????)과 페넬로페 크루즈의 매력은 숨을 멎게 할 정도로 강렬하다.


특히 이 영화에서의 열연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거머쥔 페넬로페 크루즈는 스페인 여성하면 떠오르는 정열이 무엇인지 단적으로 쪼개듯 보여준다. 영화의 후반부에만 등장하는 페넬로페 크루즈는 등장하자마자 레베카 홀과 스칼렛 요한슨의 매력을 압도해 두 여성이 평범해 보일 정도의 시각적 혼란을 가져온다. 우디 알렌이 페넬로페 크루즈를 면담하고선, 예상보다 너무 아름다운 매력에 이끌려 그녀를 위해 새로 만들었다는 마리아 엘레나는 만약 그 배역이 없었다면 영화의 매력도 절반 정도는 날아가 버렸으리라.


이 영화를 보면서 다양한 사랑의 유형이랄지, 나에게 맞는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지만, 이 영화의 최대 매력은 무엇보다도 원제에 담긴 ‘바르셀로나’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비키, 크리스티나, 마리아, 주디, 후안 등 등장인물들이 내뿜는 다양한 매력이 바로 ‘바르셀로나’의 매력이고, 위험하지만 한 번 빠져들고 싶은 그런 매력이 바로 '바르셀로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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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참어렵네